숲을 건강하게 만드는 딱다구리
보은군 내북면에 위치한 '보은숲밭'에 구멍이 송송 뚫려있는 죽은 나무(이하 고사목)가 서 있습니다.
숲에 놀러 온 어린이들은 여기저기 구멍 난 나무 앞에서 웅성거립니다.
"도대체 누가 이런 짓을 했을까요?"
"사람이에요!"
"아냐! 두더지야."
"왜이래! 담비야."
보은숲밭에서 '임업-산림복지 복합경영 지원사업(한국산림복지진흥원)' 프로그램에 참여한 탐조(birdwatching, 조류관찰) 강사의 질문에 어린이들은 각각의 대답을 쏟아냈습니다.
"정답은 오색딱다구리입니다. 이 나무는 죽었어요. 그러면 죽은 나무에 다양한 곤충들이 몰려 든답니다. 나무를 갉아먹는 벌레부터 나무를 분해하는 버섯까지 다양한 균과 곤충들이 몰려들게 되는데, 이 때 이런 곤충들을 먹으러 딱다구리들이 찾아옵니다."
강사는 죽은 나무에 몰려든 곤충들을 먹으러 여러 딱다구리들이 찾는데, 일종의 '딱다구리 식당'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숲의 고사목은 주변 숲에 서식하는 곤충 무리들이 나무를 갉아먹기 위해 몰려들고, 이들 곤충을 잡아먹는 딱다구리로 인해 고사목 주변 나무에게 피해를 입히는 곤충 무리의 크기는 증가하거나 확산되지 않게 됩니다. 즉, 딱다구리는 나무에게 피해를 주는 곤충들을 잡아먹어서 숲을 건강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게 된다고 참여한 어린이들에게 자세한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이외에도 딱다구리는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을까요?
사진은 2016년 '조선왕릉 숲조사'에서 주로 발견되는 '큰오색딱다구리'입니다. 신기하게도 참나무 가지 아래에 매달린 모습으로 관찰됐습니다. 가지 위·아래를 반복해서 돌아다니면서 뭔가를 찾고 나무껍질을 부리로 찍어대는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보통 숲에 사는 산새들은 둥근 나뭇가지를 잡고 식물의 열매나 식물에 붙어사는 곤충들을 잡아먹지만, 딱다구리는 중력을 거스르면서까지 나무 아래에 매달려서도 먹이를 찾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이는 대부분의 생활을 나무에서 보내는 딱다구리의 습성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나무는 풀과 달리 몸집이 크고, 매년 성장하며, 열매와 꽃까지 생산성이 좋은 식물입니다. 오랫동안 튼튼하게 한 자리에서 서 있기 때문에 곤충들은 안심하고 집을 짓거나 먹이 창고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당연히 곤충을 먹이로 하는 새들도, 튼튼한 둥지가 필요한 새들이 나무에 찾아옵니다. 그래서 나무를 중심으로 '작은 생태계'가 형성되는 것이지요.
새들은 번식기에 새끼를 키우기 위해 엄청난 곤충을 잡아야 합니다. 물론 중간에 여기저기 널려 있는 나무 열매도 먹습니다. 왕성한 식욕에 하루동안 수십번에서 백여번의 먹이 공급을 하는 새들에게 나무와 숲은 엄청난 식량 창고인 셈입니다.
특히, 나무에서 대부분의 생활을 하는 딱다구리들은 자연스럽게 나무를 타고 나무 속의 벌레를 잡기 위해 다른 산새와 달리 몸을 구성하는 여러 신체 부위들이 특별하게 진화해 왔습니다.
나무를 타기 위해 4개의 발가락은 위·아래로 2쌍씩 나누어져 나무를 움켜잡기 수월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꼬리깃은 나무 껍질을 타야하고, 나무에 구멍을 내기 위해서는 무게 중심을 잡아주는 축이 필요하기 때문에 비행을 위해 발달한 다른 새와 달리 튼튼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신체구조로 원숭이 못지 않게 나무를 잘 타게 됐습니다.
아이들은 보은숲밭의 나무구멍을 보면서 어떤 딱다구리일까 상상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탐조 강사는 보은숲밭의 어떤 딱다구리들이 있을지를 설명하기 위해 '딱다구리 생물 표본'으로 설명하기 위해 실내로 어린이들을 데려갔습니다.
보은숲밭의 탐조이야기는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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