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판 구멍일까요?

숲속을 걷다 보면 밤나무에 동그란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누가 이 나무에 구멍을 뚫은 걸까요?”
“장난을 친 걸까? 아니면 누군가 살려고 만든 집일까?”

정답은 바로 딱다구리입니다!
대전시 동구 낭월동 국민의 숲에는 청딱다구리, 오색딱다구리, 쇠딱다구리가 살고 있어요.
이 친구들은 나무에 구멍을 파는 특별한 재주를 가지고 있습니다.

낭월동 '국민의 숲'에서 발견할 수 있는 나무 구멍

딱다구리가 구멍을 파는 이유는 두 가지!

딱다구리는 그냥 심심해서 구멍을 파는 것이 아닙니다.
아주 중요한 두 가지 이유가 있어요.

① 새끼를 키우기 위한 집을 만들기 위해
② 나무 속에 사는 벌레들을 잡아먹기 위해

나무 속에 사는 벌레는 딱다구리에게는 맛있는 음식입니다.
딱다구리는 아주 귀가 밝아서 나무 속에서 움직이는 벌레 소리도 들을 수 있어요.
그러면 단단한 부리로 ‘탁! 탁! 탁!’ 하고 나무를 쪼아 벌레를 꺼내 먹습니다.

4월 봄에 느티나무에 구멍을 파는 청딱다구리(국립중앙과학관, 2006년)

밤나무는 매우 단단해요!

밤나무는 여러 나무 중에서도 아주 단단한 나무입니다.
사람이 망치로 두드려도 잘 파이지 않을 정도예요.

그런데도 청딱다구리는
밤나무보다 더 단단한 부리를 가지고 있어서 구멍을 낼 수 있습니다.
딱다구리가 나무를 쪼는 소리는 숲 속에서 멀리까지 울려 퍼지죠.
숲을 걸으며 “딱! 딱! 딱!” 소리가 들린다면
딱다구리가 집을 짓거나, 맛있는 벌레를 찾고 있는 순간일 거예요.

‘ㄱ’자 모양의 번식 구멍

딱다구리는 매년 봄, 새끼를 키울 집을 짓기 위해 구멍을 팝니다.
이 구멍은 겉으로 보면 동그랗지만,
안쪽 형태는 ‘ㄱ’자 모양으로 굽어 있어요.

이렇게 굽어진 공간은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 때 새끼들이 안전하게 숨을 수 있는 구조입니다.
청딱다구리는 보통 3~6마리의 새끼를 낳아
부지런히 벌레를 잡아와 먹이며 키운답니다.

ChatGPT를 이용해 만든 청딱다구리 둥지 모형도

나무 구멍을 좋아하는 숲 속 친구들

딱다구리가 파 놓은 나무 구멍은 딱다구리만 쓰는 집이 아닙니다.
숲 속의 많은 동물들이 이 구멍을 좋아하고,
서로 들어가고 싶어 하는 인기 있는 집이에요.

이 구멍을 좋아하는 동물들:

① 박새, 곤줄박이, 쇠박새 같은 작은 새들부터 호반새, 찌르레기 등

② 하늘다람쥐

③ 작은 올빼미류

딱다구리가 나무에 많은 구멍을 남기면,
이 구멍에 사는 동물들도 더 많아지고,
결국 숲의 생물도 더 다양해집니다.

그래서 딱다구리는
숲 속 집을 만드는 건축가, 숲의 이웃들을 도와주는 생태의 영웅이라고 불립니다.

오색딱다구리가 파놓은 밤나무 구멍에 몰래 들어온 하늘다람쥐(제공: 이성원)

숲을 지키는 작은 구멍

다음에 숲을 산책하다 밤나무에 동그란 구멍을 발견한다면
이렇게 말해 볼까요?

“아! 딱다구리가 만든 집이구나!”
“누군가 새로 이사 오려고 기다리는 집일 수도 있겠네!”

작은 구멍 하나가
숲 속 많은 생명들이 함께 살아가는 따뜻한 출발점이 됩니다.